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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로애락-희>아기는 엄마 품에서 '기쁨'을 배운다
인생은 '고난의 바다'에 비유될 정도로 고달픈 과정이지만, 이따금씩 얻어지는 기쁨 덕분에 견뎌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명한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도 "기쁨이란 인간이 성취해 낸 최대의 수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는 인간의 감정인 기쁨. 과연 기쁨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아기는 기쁨을 알고 있을까?
기쁨은 '긍정적인 감정'에서 시작된다
많은 학자들은 아기가 어떻게 기쁨을 느끼는지 궁금해했다. 심리학자 프로이드는 기쁨이란 선천적으로 타고난 감정으로, '성적인 쾌감'에서 비롯된다고 정의했다. 그의 학설에 따르면 아기는 피부감각, 포옹, 입이나 항문 등에 자극을 받으면 쾌감을 느껴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아기의 요구 수준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예를 들어 기저귀가 축축해진 아기는 피부에 닿는 느낌이 좋지 않아 엄마에게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요구한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는 울음으로 요구사항을 알리고,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생리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언제 울었느냐는 듯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아기는 '좋은 기분'에서 출발해 점점 '기쁨'을 알게 되고, 성장할수록 행복이나 사랑과 같은 긍정적이면서도 다양한 감정을 배워나간다"며 어릴 때 기쁨을 자주 느낄수록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배우게 된다고 강조했다. 즉 아기의 요구를 엄마가 무시하거나 받아주지 않으면 아기는 슬픔이나 좌절감을 경험하게 되어 기쁨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먼저 가르쳐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한다.
엄마를 '흉내 내며' 기쁜 감정을 배운다
엄마가 아기의 기쁜 표정을 칭찬해 주면 아기는 더 자주, 더 많이 웃게 된다. 이는 엄마와 아기가 서로 기쁜 감정을 주고받는, 물고 물리는 톱니바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말해준다. 한 연구를 보면 아기가 엄마의 정서 상태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잘 알 수 있다. 신생아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미소 짓는 아이의 비디오를 보여주고 부모들의 기분이 어떤지 알아보았더니, 부모들은 모두 즐거운 느낌을 갖게 되었고 아기가 계속 미소 짓도록 격려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기가 엄마의 감정에 따라 자신의 표정과 행위를 배우며, 또한 타인의 감정을 읽는 데 매우 능숙하다. 게다가 아기들의 모든 감각은 익숙한 사람, 즉 엄마를 찾는 데 집중되어 있다. 아기의 눈은 엄마의 얼굴을, 귀는 엄마의 목소리 억양과 주파수를 먼저 확인하도록 맞춰져 있는 것이다. 아기에게 인간관계를 맺는 일은 생존에 필수적인 일이라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 평생 동안 자신을 먹이고 보호해 줄 뿐만 아니라 감정의 기술까지 가르쳐줄 사람을 찾도록 되어 있다. 결국 엄마(양육자)는 좋든 싫든, 혹은 자의든 타의든 아기가 감정을 발전시키는 데 선생님 노릇을 하게끔 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쁨은 사랑하는 마음을 가르쳐준다
"말을 하기 시작한 뒤로는 확실히 기뻐하는 순간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먹을 것을 주거나 안아주면 기뻐했는데, 지금은 자기가 요구하는 걸 들어주거나 칭찬을 해주면 엄청 좋아해요. 특히 아기가 해달라는 걸 제가 선뜻 해주면 너무 기뻐하죠. 직장에 다니다 보니까 자주 놀아주지 못해서 그런지 같이 춤을 추고, 소꿉놀이를 하면 내내 싱글벙글해요."
24 개월 된 딸 성민이를 키우는 이경희(28세) 씨는 어느새 아기가 엄마의 눈치를 이리저리 살피는 '여우'가 다 됐다며 웃었다. 성민이처럼 아기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기쁨을 느끼는 순간이 변화한다.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자기 욕구가 충족될 때 아기는 어김없이 기쁨을 느낀다는 사실! 게다가 두 돌 정도 되면 이경희 씨의 말마따나 아기는 엄마의 칭찬을 받기 위해서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자신의 기쁨을 잠시 미뤄둘 줄 알게 된다. 드디어 '인간의 성숙한 감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제가 아기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기가 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엄마가 어떤 때 기뻐하는지를 아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장난감을 잘 정리했다고 크게 칭찬하며 기뻐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제 손을 이끌고 장난감 통으로 가서는 자신이 장난감을 제자리에 놓았다고 자랑하면서 제 반응을 살피더라구요. 제가 좋아하자 자기도 좋아라 웃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죠. 역시 사랑과 기쁨은 많이 받은 사람이 그런 감정을 나누는 것도 잘 아는 법이라는 교훈을 얻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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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엄마 품에서 '기쁨'을 배운다
